Life/컬쳐 & 플레이 2017.10.25 17:33

한 평생을 이어온 자야의 사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글|더뮤지컬 박병성 편집장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첫 구절이다. 이 시는 백석이 함흥 영생고보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만났던 기생 진향을 위해 쓴 시로 알려져 있다. 백석은 진향에게 그만이 알고 그만이 부를 수 있는 ‘자야’라는 이름을 붙여주는데 백석과 자야의 사랑 이야기는 백석의 시만큼이나 유명하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바로 백석과 자야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자야’라는 이름은 이태백의 시 ‘자야오가’에서 따왔다. 네 편의 시 중 가을 편은 전장에 나간 남편을 속절없이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을 담았다. 진향은 자야라는 예명처럼 스무살에 백석을 만나 잠시 사랑했다 평생 그를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뮤지컬은 1995년 노년에 이른 자야와 젊은 시절의 백석이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야는 매일 젊은 날의 백석과 만났던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작품은 관객들을 자야의 추억 여행에 동행시킨다. 



작품 속에서 백석과 자야가 만나는 장면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한다. 로잘린을 짝사랑하던 로미오는 줄리엣을 만난 후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그처럼 통영에 살던 란희에게 거절을 당하고 펑펑 울던 백석은 자야를 만나고 바로 그날 고백을 한다. “내 마누라가 되어주오. 죽기 전에 우리에게 이별 따윈 없을 거요.” 백석의 뜻밖에 고백을 들은 자야는 그 말을 따른다. 


그러나 촉망 받는 인텔리와 기생의 사랑이 행복한 과정만으로 지속될 수는 없었다. 백석의 집안에서는 결혼을 독촉했고 백석은 자야를 두고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두 번이나 해야 했다. 그때마다 자야의 마음은 뭉개진다. 자야는 백석을 피해 청진동으로, 다시 명륜동으로 숨어들지만 그때마다 백석이 용케 찾아왔다. 그런 백석을 내치지 못하고 결국은 안타가운 이별을 해야 할 줄 알면서도 자야는 그 순간은 사랑을 지속한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자야와 백석 그리고 백석의 친구 겸 아버지 등 전체적인 극의 진행자를 맡는 ‘사내’까지 세 명만을 등장시켜 둘의 사랑에 집중한다. 대나무가 가득한 무대에는 한 대의 피아노가 함께 하는데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는 모두 백석의 시를 토대로 만든 것이다. 앞서 말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비롯해 ‘흰 바람벽이 있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등의 시들로 자야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아낸다. 


작품에서는 실제와 다른 설정도 있는데 자야와 백석이 동향으로 등장한다. 첫 만남에서 둘의 마음이 통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노래가 백석의 고향인 정주의 사람들을 나열하는 시 ‘여우난곬족’(작품 속에서는 ‘정주’라는 노래로 나온다.)이다. 백석과 자야는 고향 정주의 추억을 떠올리며 급격히 가까워진 것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처럼 시가 만들어진 동기가 실제와 다를 수 있으나 작품은 백석의 시들을 극 중 상황에 절묘하게 담아낸다. 



백석과 자야의 사랑을 백석의 시로 담아낸 극작도 흥미롭지만, 백석과 자야가 사랑하는 모습 역시 매우 흥미롭게 그려진다. 자야는 결국 그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도 백석이 결혼을 했다는 말에 분해 성을 참지 못하고, 백석은 그런 자야가 두려워 친구를 먼저 보낸다. 마치 철부지 어린애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백석은 끝까지 자야를 사랑했고, 자야는 그런 백석을 밀어내지 못한다. 특히 자야는 억지로 결혼한 백석이 찾아와 밥을 달래도 차마 내치지 못하고 안쓰럽게 받아들이고, 아내는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백석의 말에 아내의 서운한 마음을 먼저 살피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남북으로 헤어져 다시는 보지 못한 자야와 백석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늙어간다. 자야는 생계를 위해 기생 일을 지속했고 서울 3대 요정인 대원각의 주인이 된다. 노년의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한다. 당시 대원각의 시세가 천억 원 정도였다고 한다.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야는 “그건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며 이미 수십 년간 만나지 못한 백석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현한다. 



이런 백석과 자야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잘 담아놓았다. 지난해 초연 공연도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이번 공연에는 자야 역에 초연 멤버 정인지, 최연우, 백석에 강필석, 오종혁 이외에 정운선, 곽선영, 그리고 김경수, 고상호, 진태화가 가세했다. 자야 중심으로 본다면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정인지와 정운선을 추천한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정보 


[=====서식:파란색라인=====]

장르: 뮤지컬
일시: 2017.10.19 ~ 2017.01.28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출연: 강필석, 오종혁, 김경수, 고상호, 진태화, 정인지, 최연우, 정운선, 곽선영, 윤석원, 유승현, 안재영, 김바다 
관람등급: 만 7세 이상
관람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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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롯데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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