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efit/Society.L 2016.12.20 10:00

12월호의 THING AND THINK: 시계가 들려주는 이야기


인간이 시계를 사용한지도 어느덧 6,000년. 시간 알리기란 본연의 임무 외에 그간 시계가 해온 일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문학과 예술 작품의 모티프로 자리 잡은 특별한 시계들. 이제 초침 소리 대신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IMPRESSION of 36.5°C 

롯데카드 SOCIETY.L 회원을 위한 <IMPRESSION of 36.5°C>는 36.5°C의 체온을 담은 의미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지는 국내 유일의 VIP 휴먼 매거진입니다. 




화가는 기묘한 시간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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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처럼 녹아내린 시계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사막을 연상시키는 배경은 불길한 분위기가 감돌고 녹지 않은 유일한 회중시계 위로 개미떼가 들끓습니다. 바로 미술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이 탄생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어느 날, 심한 두통을 느낀 그는 친구들과 극장에 가기로 한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 남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고향 마을을 배경으로 그리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어떤 오브제를 그려 넣을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작업실의 불을 끄고 나가려는 순간, 문득 저녁 식사 때 나왔던 말랑말랑한 카망베르 치즈가 떠올랐습니다. 녹아내린 치즈를 닮은 시계는 그렇게 완성 됐습니다. 


이 작품은 기억과 죽음, 성욕 등 다양한 코드로 설명되곤 합니다. 하지만 달리는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 단 한 번도 진지한 설명을 남긴 적이 없습니다. 마치 여러분이 어젯밤 꾼 꿈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 또한 그가 보았던 무의식의 세계를 더듬을 뿐이지요. 




슬픈 운명을 감지한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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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가 녹아내린 시계 그림을 완성할 무렵, 또 한 명의 위대한 초현실주의자 마르크 샤갈 또한 역작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훗날 그의 대표작이 된 ‘시간은 둑 없는 강이다’에는 거대한 괘종시계가 등장합니다. 강을 따라 둥둥 떠다니는 시계 위로는 날개 달린 커다란 물고기가 앉아 바이올린을 켜고 있습니다. 


상처를 입었는지 날개에 피 칠갑을 한 물고기는 샤갈이 평생 천착해온 주제인 ‘사랑’ 대신 슬픈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듯합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을 바로 앞두고 완성한 이 그림은 마치 닥쳐올 비극을 예감이라도 한 듯 우울한 색채가 전체를 압도합니다. 아무리 도망가려 해봐도 발 아래 따라붙는 괘종시계처럼 가혹한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야 말 것이지요.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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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를 원하는 대로 오가는 시간 여행이라는 아이디어는 문학에서 출발했습니다. 시간 여행 장치를 뜻하는 ‘타임머신’이란 단어 역시 책 제목에서 비롯한 것이지요. 그 시발점은 근대 과학 소설을 개척한 H.G. 웰스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인 <타임머신>입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9세기 후반 영국 런던, 전기도 자동차도 없던 빅토리아 시대의 한 과학자가 친구들을 모아놓고 시간 여행 장치 즉, 타임머신을 발명했노라 고백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할 뿐, 이후 그는 무려 80만 년 후의 아득한 미래로 가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완벽한 듯 보였던 미래 세계가 결국에는 인간성이 상실된 디스토피아라는 사실을 깨닫고 우여곡절의 모험 끝에 현실로 탈출하게 됩니다. 


친구들은 돌아온 그의 무용담을 여전히 믿어주지 않고, 주인공은 좀 더 완벽한 준비를 갖춘 뒤 그들의 눈앞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홀연히 사라져버립니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시간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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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알다시피 역설과 블랙 유머로 가득 채워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앨리스만큼 인기 있는 등장인물을 꼽자면 회중시계를 들고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는 흰 토끼.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이상한 나라에서는 시간의 개념 또한 현실과 다릅니다. 앨리스가 흰 토끼의 회중시계에 시간 대신 날짜만 표시된 걸 지적하자 모자 장수는 “그럼 네 시계는 년도까지 표시된다는 거냐?”라며 비꼬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상한 나라에서는 원하는 대로 시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지요. 


책의 설명에 따르면, 시간은 원래 맞춰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따라서 자주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되면 언제나 원하는 시간대로 갈 수 있게 도와주는데, 가령 오전 9시가 돼도 출근하기 싫다면 완전히 한 바퀴를 돌려 순식간에 저녁 9시로 바꿔주는 식이지요. 게다가 원하는 만큼 그 시간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당장 흰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달려가고 싶은 욕구가 들지 않나요? 




눈먼 시계공의 비극적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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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도시 프라하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바로 천문시계입니다. 1410년에 제작된 이 시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천문시계이자 현재까지 작동하고 있는 천문시계 중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이 시계에는 매우 비극적인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프라하 시의회는 시계공 미쿨라스와 하누쉬, 그리고 수학자 얀 신델에게 시계 제작을 의뢰합니다. 완성된 시계가 너무 아릅다워서 이를 본 인접 국가들의 제작 요청이 쇄도하기에 이릅니다. 이 소식을 입수한 시의회는 더 이상 하누쉬가 시계를 만들지 못하도록 새벽에 몰래 장정 다섯 명을 보내 그의 눈을 멀게 만듭니다. 통탄에 빠진 하누쉬는 마지막으로 시계탑에 올라가 손을 대고, 이후 시계는 작동을 완전히 멈춰버렸다고 하는데요. 이후 400년이나 지난 1850년에야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눈먼 시계공의 이 비극적인 사연은 사실이 아닌 허구라는 것이 밝혀졌는데요. 하지만 시계를 보고 나면 제법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고 맙니다. 특히 매시 정각에 벌어지는 천문시계 쇼는 마치 인생의 축약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정교한 짜임새를 자랑합니다. 죽음의 신이 벨을 울리면 허영과 탐욕, 쾌락에 찌든 다양한 인간 군상이 지나갑니다. 엄혹하고 우울할 것 같은 15초의 쇼는 다행히 희망을 상징하는 황금 수탉으로 마무리됩니다. 




시계가 가진 매력과 의미는 물론, 시간과 관련된 철학적 담론까지.
시간, 그리고 시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 이야기는 임프레션 12월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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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롯데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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